해남땅끝의 미황사
크리스마스를 집에서 보내고 두번째 여행길에 나섰다. 다산초당과 백련사 그리구 초의선사가 동다송을 지었다는 대둔사와 해남의 소금강 달마산에 있는 미황사를 향해서…해남땅은 처음이다. 어떻게 생겼을까? 강진읍에서 다산초당과 백련사를 왼쪽에 두고 만덕산 줄기를 따라 갔다. 초입부터 기암괴봉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때는 12월말 중부지방은 한겨울임에도 여기서는 양옆으로 아직 거두어들이지 않은 파란 배추가 밭에 잔뜩이다. 한겨울의 칙칙함보다는 아직 푸릇프릇한 빛이 남아 있는 게 초봄같은 느낌이 더많이 난다. 어딘선가 진달래 개나리도 꽃을 피울 것 같은 온화한 날씨에 낯선땅에서 느끼는 어색함은 조금 수그러든다.오른쪽으로는 만덕산 줄기가 두륜산을 거처 달마산까지 펼쳐져 있다. 반도 남단에 이런 진풍경이 기다리고 있을줄은 상상도 못했다. 가는 길은 이차선 도로로 좁지만 해남의 풍경을 이모조모 구경하면서 미황사에 도착했다.
달마산을 뒤로한 미황사
기암괴봉들을 병풍처럼 두른 미황사는 조선 숙종 때 병조판서를 지낸 민암이 쓴 이 사적기에 다음과 같은 창건설화가 나온다. 신라 경덕왕 8년(749) 돌배(石船) 한 척이 사자포(땅끝마을) 앞 바다에 나타났다. 며칠동안 사람들이 다가가면 멀어지고 돌아서면 다가오기를 반복하였다. 이에 의조(義照)화상이 제자들과 함께 목욕재계하고 기도를 하자 배가 육지에 닿았다. 배 안에는 금인(金人)이 노를 잡고 있었고 금함(金函)과 검은 바위가 있었다. 금함 안에는 화엄경·법화경과 비로자나불·문수보살·보현보살 등이 들어 있었고, 검은 바위가 깨지면서 검은 소 한 마리가 튀어나왔다. 그날 밤 의조화상의 꿈에 금인이 나타나 “나는 우전국(인도)의 왕이다. 경전과 불상을 소에 싣고 가다 소가 멈추는 곳에 절을 짓고 안치하면 국운과 불교가 크게 일어날 것이다”고 하였다. 다음날 의조화상이 경전과 불상을 소에 싣고 가다가 달마산 중턱에서 한번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 한참을 가다가 다시 넘어지더니 소는 일어나지 못했다. 의조화상은 소가 처음 멈췄던 곳에 통교사(通敎寺)를 짓고 마지막 멈춘 곳에 미황사를 세웠다. 절 이름은 소의 울음소리가 매우 아름다워 ‘미’자를 넣고 금인의 빛깔에서 ‘황’자를 따 ‘미황(美黃)사’라 했다 한다. 이러한 창건 설화는 불교의 남방전래설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대웅전
대웅보전은 미황사 창건설화에 나오는 배(인도에서 경전과 부처님상을 싣고온 배)를 상징하기도 하고, 반야용선의 의미도 있는데 이는 중생계에서 부처님의 세계로 건너는 배를 상징하기도 한다 대웅보전 안에는 ‘고려 불화의 아름다움과 조선 불화의 단순미를 고루 간직한 괘불이 모셔져 있다. 이 괘불은 조선 후기 괘불(영조 3년 1727년)로 높이가 12m, 폭이 5m나 되는 큰 것이다. 이 괘불은 다른 괘불처럼 야외 법회 때 걸기도 하지만 또 다른 용도로도 쓰여져 왔다. 가뭄이 극심할 때 이 괘불을 걸고 돼지를 잡아 사찰 주변에 뿌린뒤 제사를 지내면 하느님의 마누라로 통하는 괘불이 지저분해진다고 여겨 비를 뿌려 씻어낸다고도하고, 달마산 정상에 올라 불을 지피면 달마산에 불이 났다고 하여 비를 내려준다고 한다. 그래서 지독한 가뭄이 들면 마을 사람들이 찾아와 괘불을 내걸고 마을제사로 기우제를 지내자고 요청한다고 한다. 실제로 1992년에 기우제를 지냈는데 제를 지내고 서너 시간이 지나자 달마산으로 먹구름이 몰려와 폭우가 쏟아졌다고 한다.
비바람에 제살을 드러낸 대웅보전 용머리 장식
절은 조선시대까지 융성을 거듭하다. 100년 전 주지 혼허(渾墟) 스님이 중창을 위해 모금차 군고단(軍鼓團)을 이끌고 완도와 청산도를 가다 배가 조난을 당한 뒤에 점차 퇴락하게 되었다고 한다.그래서 이곳에서는 비바람 몰아치는 을씨년스러운 날씨를 “미황사 스님들 궁고치 한다”라는 표현을 속담처럼 쓴다고 한다.
대웅보전 기둥의 초석
여기 미황사 절에는 용,두꺼비 물고기,게, 도롱농, 학 연꽃등 소박한 문양들이 많이 조각되어 있다. 바다생물이 많이 등장하는것으로 보아 이절집의 창건설화와 함께 바다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모양
거북모양
멀리 다도해의 모습이…
올라올라 가서 아래를 내려다 보니 인근 마을과 남해의 섬들이 보인다…
해남 땅끝 모퉁이 바닷가에서
천년고찰 미황사를 품에 안은 남도의 금강산 달마산을 뒤로 하고 이제 다시 떠나볼까나 |